무명씨
다리를 건너 조금 내려갔을 때 시멘트 도로가 나왔다.
우뚝 솟은 도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논과 밭, 왼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다.
강의 풍경 속에 낚싯대를 편 사람이 둘 보였다.
조금 더 뛰어갔을 때 오른쪽으로 밭일을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엉덩이에 의자를 매달고 챙이 큰 모자를 쓴 그들은 연신 땅에 무언가를 넣고 있었다.
회색의 시멘트 도로에는 진흙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고
자동차와 농기계 바퀴에 짓이겨진 개구리들이 내장을 쏟아낸 채 땡볕에 말라가고 있었다.
밭둑 위의 잡초들은 어제 아니면 오늘 예초기가 지나간 듯했다.
낮게 잘려 도로에 흩뿌려진 잡초들에게서 희미한 풀냄새가 났다.
그 풀냄새가 아버지 산소에서 벌초하던 날을 생각나게 했다.
물을 받아놓은 논에서 햇볕이 반사되었다.
흘러내린 땀방울과 반사된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팔을 들어 소매로 땀방울을 닦아냈다.
나는 그 햇볕을 피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면 위로 그날의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가로수와 산, 구름.
강물은 풍경을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강물에 몸을 담그지 못한 풍경들이 뜨거운 태양에 몸부림치며 물의 흐름에 맞춰 일렁이고 있었다.
찰나, 그 강물 속으로 가로수의 그림자가 누워 있었다.
수면 속 허락받지 못한 풍경들에서 떨어져 나와 수면 속에 잠겨 있었다.
난 그 광경이 너무 이상했다.
반환점을 돌아올 때 강물은 오른쪽에서 흐르고 있었다.
왼쪽에서 사람들이 연신 무언가를 땅속에 묻고 있다.
2026년 5월 16일 아침 — 무명씨